마블의 범죄 도시 고담, 그 곳에서는 끊임없이 범죄가 일어나고 모두가 그에 익숙해져 있다. 고담의 주축이 되는 두 인물이 베트맨과 조커다. 혹자는 조커와 베트맨이 서로 사랑하는 것 같다고 한다. 조커는 베트맨에게 집착하고, 베트맨도 조커에게 집착한다. 베트맨은 조커를 잡는데 성공하더라도, 그를 죽이지 않는다. 늘 '아캄'이라는 교도소에 가두고, 그가 풀려나면 또 다시 무고한 시민들이 죽고 심지어 베트맨의 소중한 가족이 그에게 상처받고, 죽더라도 조커는 절대 죽지 않는다. 그리고 베트맨은 '조커'가 있는 한 고담의 영원한 히어로다.
뜬금없지만 나는 업스트림을 읽으면서 베트맨과 조커의 관계가 떠올랐다. 베트맨은 절대 조커를 죽이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이 아무리 말을 해도 듣질 않는다. 그런 강박은 베트맨 본인도 갉아먹는다. 이걸 우리의 현실로 치환해도 너무 잘 들어맞는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문제에 익숙해져있다. 사회는 다양한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시스템들은 크고 작은 문제를 만들어낸다. 보통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많이 하지만, 문제의 원인을 찾고 시스템 자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거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시스템을 바꾸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요.' '시스템을 바꾸는건 너무 어려워요.' '시스템을 바꾸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면 누가 해결해요?''지금 할 일도 많아요.''제가 책임질 일은 아닌거 같아요.''제 담당이 아니에요.'
틀린 말은 아니다. 시스템을 바꾸는건 기존의 체제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것이고, 거센 반대에 부딪히게 될 수도 있다. 또 눈에 띄게 큰 성과를 보여주지도 못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 한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저렇게나 많이 있는데, 지금 그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책 업스트림의 20-22페이지의 주제는 [우리가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이유]이다. 우리의 활동은 예방보다 대응에 치우쳐져 있다. 애초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으면 좋은데 왜 우리는 사후대응을 사전예방보다 선호할까? 눈에 잘보이기 때문이다. 사전대응을 다운스트림, 사후대응을 업스트림이라고 부르는데, 다운스트림 활동은 눈에도 잘 들어오고 측정하기도 쉽다. 반면에 업스트림 활동은 여러모로 모호하다.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을 한 것인데, 문제가 일어나질 않았으니 증명을 할 수가 없다.심지어 이건 성취감에도 영향이 있는데, 본인이 노력을 통해서 뭔가를 이루어 낸 것 같더라도 어떤 것을 이루어냈는지 도무지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뭔가를 이루어내긴 했다. 변화를 만들어낸 주역도, 그로인해 해결된 문제도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영웅과, 보이지 않는 희생자다.
아무튼 그래서 업스트림 활동이 중요하다는건 납득을 했다고 치자. 그런데 업스트림 활동이라고 항상 좋을까? 다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없을까? 있다. 왜 없겠는가. 아무리 좋은 의도로 하는 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게 바로 문제다. 업스트림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숭고한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좋지 않은 결과를 만들어 낼 것 같을 때 어떻게 감지할 것인가? 해당 활동의 '성공'은 또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예방'을 위해 누가 많은 돈을 지불할까?
다행히 '예방'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훌륭한 리더들과, 쌓이는 데이터에서 인사이트를 뽑아내서 '성공'을 측정해주는 훌륭한 사람들이 요즘 시대에는 존재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업스트림 활동을 해서, 영웅이 필요없는 세상을 만들기 좋은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베트맨이 존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화려한 쇼맨십을 보여주는 영웅이 필요없는 세상이,우리 주변의 모두가 조용한 영웅이 되는 세상이 된다면 최고의 이상향일 것이다.
물론 세상의 문제를 돌아보기 전에 저만치 쌓여있는 나의 문제를 하나씩 뛰어넘어 가야겠지만...!
그냥 하는 생각 1.
주말 동안 책을 읽으면서 지난 4달 동안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이 새록 새록 떠올랐다. 특히 1부 [오늘도 우리가 어제와 같은 문제로 씨름하는 이유]를 읽을 때는 바로 지난 주의 회의가 떠올랐다. 회의를 시작하면서 하신 말이 이 책이 하는 말과 완전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오늘 회의를 하는 이유는 문제가 있단 걸 공유해서, 모두가 알게 하기 위해서에요.(어조는 달랐지만 이런 내용이었다.)
업스트림의 1장, 2장의 주제와 같은 말이다. 1장 [눈 앞에 있는 문제가 문제인지 모르기에: 문제 불감증], 2장 ['과연 내가 나서도 될까?'라는 의문:주인의식 부족]에서는 '문제가 문제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고, '사람들이 문제와 연관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서, 관련자들이 문제의 피해자가 아니라 문제의 소유자가 되게 하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소름이 돋아서, 혹시 이 분도 업스트림을 읽었나 물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읽으셨다면 바로 실행으로 옮기신 실행력이 높으신 분이고, 읽지 않으셨다면 업스트림의 중요성을 경험으로 깨닫고 마인드가 업스트림으로 세팅된 분인거니까 둘다 대단한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하는 생각 2.
그러고보니 내가 회사에 들어와서 배운게 (이거저거 많지만)결국에는 업스트림 사고방식인 것 같다.
A라는 일에서 B라는 문제가 일어나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당당하게 그런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을 나에게 맡겨주시면 된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되돌아보니 나는 그러한 문제를 발생시키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런 실수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한 건데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그건 내가 했던 실수를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같은 실수를 또 하지 않기위해 실수를 통해 배우고, 공유하고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내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아닐까?
지난 네 달을 되돌아보면 정말 다양한 일을 겪었고, 많은 것을 배웠다. 여러모로 업무 관련해서도 많이 배웠지만, 제일 크게 체감이 되는건 태도 같다.
1. 질문을 두려워 하지 않는 것!- 물론 검색만 해도 나오는걸 질문 하면 안되고... - 직접 해보지도 않고 물어보는 것도 안되지만... - 혼자 안된다고 끙끙 앓지 않는 것!
2. 공유하기- 나는 나대로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해결책보다 더 좋은 해결책을 동료가 찾아줄 수도 있고!(그럼 기꺼이 받아들이기!)- 내가 해결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던 동료가 있다면, 동료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3. 혼자 스트레스 받지 말기!
- 이건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한거라고 생각해서 굵게 표시했다. 나는 가끔씩 문제가 안풀리면 혼자 속상해지고, 해결하기 위해 계속 매달리는 기질이 있다. 이런 기질은 내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를 받게하는 주범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에 와서 안풀리는 문제(or 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마음가짐을 많이 배웠다!
- 잘안풀리면 다른 일 하면서 머리를 잠깐 환기시킬수도 있고
- 속상하면 고양이 인형을 쓰다듬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고
- 문제를 공유하고 같이 해결방법을 찾아볼 수도있다
되돌아보면 학교를 다니면서 가장 스트레스를 받았던건, 도무지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어려운 문제를 맞이했을 때가 아닌 혼자서 문제를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느껴졌을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문제를 풀기위해서 노력하다가 막혔을 때 도움을 청하면, 나보다 더 열심히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주시는 것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아직까지는 업무를 하면서 크게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일은 모르는 거니까, 언젠가 크게 스트레스를 받고 속상할 날도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날이 오더라도 지금의 마음 가짐을 기억하고, 나는 언제나 이겨냈단 걸 절대 잊지 않길!
'회사와 일상 그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발과 운영, 그리고 하고 싶은 일 (0) | 2023.08.24 |
---|---|
끝이 아닌 시작 (20) | 2021.07.04 |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점점 멀어질 때 (0) | 2021.06.01 |
습관 만들기 (0) | 2021.05.19 |
느리게 가는 내비게이션 (1) | 2021.04.07 |